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새로 출범한지 1개월이 채 안 되는 지난 2월 17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자금으로 7,87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교육개혁을 위해 책정된 금액은 향후 2년간 최대 1,414억 달러1)(한화 약185조원, 1달러당 1313.5원 기준)에 이른다.
전체 경기부양자금 예산의 약 18%를 교육부문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기부양 차원에서 교육부문에 예산을 증액 또는 조기 투입하여 교육개혁을 추구하는 정책을 ‘교육뉴딜’ 정책이라고 한다.
국민의 교육기회 박탈 방지를 위한 교육뉴딜
미국의 교육뉴딜 정책은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대통령이 2월 17일 서명한 「2009 미국의 경기 회복 및 재투자 법안(ARRA: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교육뉴딜 예산의 대부분은 경제위기로 인해 교육기회를 박탈당할 우려가 큰 국민들을 위한 분야에 주로 투입될 계획이다.
교육 직접 투자금이 770억 달러이며, 대학 학비 안정기금이 308억 달러, 학교 시설 현대화 사업 기금이 최대 336억 달러이다. 교육 직접 투자금은 경제위기로 인해 주정부가 교육예산을 삭감할 것에 대비한 주정부 회계안정기금 400억 달러, Title Ⅰ(1965 ESEA 즉, 초중교육법안의 제1항: 혜택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교육) 기금 130억 달러, 장애인교육법(IDEA) 기금 120억 달러, 헤드스타트(Head Start) 등에 5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학 학비 안정 기금 역시 700만 명의 중·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과 연소득이 18만 달러 미만인 가정에 지원하는 등록금 세재 혜택 등을 위해 쓰이게 된다.
학력 향상을 위해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려는 교육뉴딜 정책
특히, 오바마 정부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서는 유능한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립학교 교육의 질 제고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전의 부시(George W. Bush)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추진해왔던 NCLB(No Child Left Behind Act: 낙오방지법) 정책과 방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단순한 지원이 아닌 구체적인 대안으로 유능한 교원 확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구별된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인해 교원을 비롯한 교육부문 일자리가 향후 3년간 57만여 개나 사라질 것이라는 워싱턴대학교의 최근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교육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 직접 투자금 가운데 50% 이상을 주정부 회계안정기금으로 지원하여 교원의 대량 해고를 막고, 재교육을 받거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봉급을 인상하는 등 교사들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법제화를 통한 교육뉴딜 정책의 안정성과 책무성 확보
미국의 경우 안정성과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뉴딜 정책의 법제화’를 추진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게 될 교육개혁과 이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에 대해 美 의회는 지원에 동의하였으며, 자금지원과 관련해 광범위한 수준의 관련 법안을 상정해 지난 2월 17일 법제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교육개혁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의회에 동의와 협조를 구하고, 美 의회가 이를 흔쾌히 동의함으로써 오바마 정부의 교육뉴딜 정책은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였다. 동시에 오바마 정부는 책정된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의회를 설득할 책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내년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올해 10월 1일까지 교육뉴딜 관련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우선순위 등, 오바마 정부가 실행에 옮기게 될 교육개혁에 필요한 일체의 사항을 의회에 보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교육뉴딜 정책은 교육개혁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교육뉴딜 정책과 관련하여 미국 교육부 장관(Education Secretary)인 아니 던컨(Duncan)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게 될 교육개혁의 핵심은 美 교육부문에 대한 연방정부의 역할론 증대 및 위상의 재정립” 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혜를 받게 될 교육계로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해 향후 교육계에 대한 역할이 보다 확대되었을 경우 이에 대해 얼마나 순조롭게 보조를 맞추면서 교육부문에 대한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 될 것”2)이라고 밝혔다.
이는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교육부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번 교육뉴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문과 교육부문 간의 연계,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계, 교육과 경제·노동·복지 부문 등의 연계를 통한 상생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만약 교육뉴딜 정책이 의도한 정책효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다면, 향후 교육부문에 대한 연방정부의 직접적이고 대규모의 지원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뉴딜은 교육개혁의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교육뉴딜 정책에 주는 시사점
교육뉴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과 호주, 프랑스, 중국 등도 교육개혁 분야의 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3). 교육부문에 대한 중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위기 극복 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취지에 대해서 전세계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이하 교과부)가 지난 2월 19일 “정부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공교육을 혁신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대규모 ‘교육뉴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4)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다만, 교육개혁의 기회이자 위기인 이번 교육뉴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차원에서 볼 때 미국의 교육뉴딜 정책 추진 사례는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교육뉴딜을 통해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즉흥적인 처방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교육개혁에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의 지향점이 더욱 분명하게 정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교육기회 박탈 방지와 유능한 교사 확보를 통한 학력향상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둘째, 교육뉴딜 정책의 안정성과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방안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先법제화를 통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였고, 책정된 금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책무를 정부에게 부여하였다.
셋째, 교육뉴딜을 통해 경기부양과 교육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교육관련 주체들 간의 긴밀한 연계협력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 현 시기가 교육발전을 위한 매우 좋은 기회라는 점에 공감한다면, 중앙과 지역, 교육과 행정, 교육과 경제·노동·복지 간의 상생을 위한 연계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교육연구기관도 이러한 연계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 및 기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