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 사회의 요구를 분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고도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미래 사회를 예측하지 않고서는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기란 매우 모연할 수밖에 없다. 특수교육 또한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여 그 동안 학교 교육의 재구조화나 법률 정비를 통해 전체 교육의 혁신을 주도 내지 지원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그 동안 특수교육의 근간이 되었던 특수교육진흥법이 전면 폐지되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새로이 개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6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수교육 지원대상자의 평생교육보장, 통합교육확대, 절차적 권리보장, 관련서비스의 지원 확대, 교원의 특수교육 전문성 및 책무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 왔고, 그 결과 2007년 5월 25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공포되었고, 2008년 5월 26일 시행령이 공포됨에 따라 특수교육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고시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의 범위를 넓히고, 특수교육대상자의 요구에 부합되는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시켜 자아실현과 더불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됨으로 인해 우리나라 특수교육 현장과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에 있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조항을 살펴봄으로써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가져다주는 변화와 향후 추진과제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가져다주는 변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시행은 특수교육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학생과 부모 및 관련인들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기관의 운영 체제 등에 있어 실제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조항과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특수교육대상자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동법 시행령 제10조(특수교육 대상자의 선정 기준)에서는 기존의 시각, 청각, 정신지체,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와 더불어 자폐성 장애와 발달지체를 추가로 포함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학생들이 조기에 특수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둘째, 특수교육 지원 범위가 학령기뿐만 아니라 영아와 전공과까지 확대됨으로써 특수교육대상자의 의무교육체제가 구축되었다. 즉,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서는 「교육기본법」제8조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의무교육 등)에 의거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하고, 전공과와 만 3세 미만의 장애영아교육은 무상으로 함을 법으로 명시함으로써, 장애의 조기발견 및 진단·평가체제를 구체적으로 확립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특수교사 및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이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순회교육 등을 제공하는 방법과 특수학교 유치부 및 영아반 과정에서 지원을 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률로 명시하였다.
셋째, 특수교육대상자들을 위한 통합교육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기본 철학은 통합교육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특수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학교에 통합되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특수학급의 수 또한 급속히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1조(통합교육)과 동법 시행령 제16조(통합교육을 위한 시설·설비) 법 조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받은 일반학교의 장은 교육과정의 조정, 보조인력의 지원, 학습보조기기의 지원, 교원 연수 등을 포함한 통합교육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의무화하였다.
뿐만 아니라 통합교육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특수교육대상자의 이동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고, 특수교육대상자의 성별, 연령, 장애의 유형·정도 및 교육활동 등에 맞도록 정보 접근을 위한 기기, 의사소통을 위한 보완·대체 기구 등의 교재교구를 갖추도록 법에 명시함으로써 통합교육의 내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째, 특수학급 신증설 확대에 따른 특수교육 교원 배치기준이 마련되었다. 그동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학급 수 기준으로 배치되던 교원 정원이 학생수를 기준으로 변경됨에 따라 특수교육교원의 정원도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를 기준으로 배치되게 되었다.
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특수학교의 학급 및 각급학교의 특수학급 설치 기준) 및 동법 시행령 제22조(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두는 특수교육교원의 배치기준)에 의해 유치원은 4명, 초·중학교는 6명, 고등학교는 7명당 특수교사 1명이 배치됨으로써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효과를 높이며 교육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도시와 농산어촌의 균형적 발전,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운영현황 및 특수교육대상자의 지역별 분포 등을 고려하여 특별시·광역시·시·도·특별자치도별 교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단위학교·학급별 교사는 해당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배치 기준의 40퍼센트 범위내에서 가감하여 배치함으로써 지역별 형편에 따라 탄력적인 교원 배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다섯째, 진로 및 직업교육이 강화되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3조(진로 및 직업교육의 지원)과 동법 시행령 제18조(진로 및 직업교육을 위한 시설 등)의 규정에 의하여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해 중학교 과정 이상의 각급학교장은 직업평가·직업교육·고용지원·사후관리 등의 직업재활훈련 및 일상생활훈련·사회적응훈련 등 자립생활훈련을 실시하고 이에 적절한 시설·?설비를 마련하도록 명시하였다.
또한 동법 제24조(전공과의 설치·운영), 동법 시행령 제19조(전공과의 설치·운영)에 전공과 관련 규정을 강화하여 특수학급에서도 1년 이상의 전공과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함으로써 일반학교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의 취업을 통한 직업 자립의 기회를 마련하였고, 전환교육 서비스 개념을 ‘진로 및 직업교육’개념에 일부 포함시켜 국가가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여섯째,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이 강화되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9조(특별지원위원회), 제30조(장애학생지원센터), 제31조(편의제공 등), 제35조(대학의 심사 청구 등)의 규정에 의해 대학의 장은 장애학생의 수학편의에 필요한 편의시설, 보조인력지원, 취학편의지원, 정보접근지원 등 다양한 교육지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여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동법 제33조(장애인 평생교육과정)와 제34조(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설치)에 의해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과정 설치 및 학교교육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설치를 명시화함으로써 장애인의 평생교육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도록 하였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제정에 따른 향후 추진 과제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국가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특수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함과 동시에 특수교육 관련 기관 및 시설에 대한 기능을 명확히 함으로써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였고, 이 법에 기초하여 「제3차 특수교육발전계획(’08-‘12)」에서는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체제와 학령기 아동의 통합교육 내실화 및 특수교육 지원을 핵심중점 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제3차 특수교육발전계획(’08-‘12)」은 한국 특수교육의 이론적 정립과 선진국형 특수교육을 창조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이러한 법과 추진계획이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특수교육대상자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이들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유형별 특성에 따른 교육적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유형에 대한 정부나 학회 및 유관 기관 간의 협의를 통해 장애영역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와 더불어 장애유형이나 정도를 진단할 수 있는 선별도구나 평가도구들이 시급히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특수교육 지원범위가 학령기 중심에서 영아 및 전공과 과정까지 확대됨에 따라 향후 교육정책은 학령기뿐만 아니라 장애영아나 학령기 이후의 특수교육대상자를 고려하여 보다 폭 넓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영아의 교육적 지원과 학령기 이후 전공과 과정을 통해 장애학생들이 성인기 생활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나 연구들이 폭 넓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통합교육이 보다 내실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통합교육 담당교원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특수교육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도 「교육과학기술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통합교육 담당 교원의 특수교육 관련 60시간 이상 직무연수에 대한 이수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통합교육 담당교원의 직무연수의 강화와 더불어 모든 교원들이 특수교육 관련 직무연수를 의무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특수학급 신증설 확대에 따른 특수교육 교원 배치 기준이 완화됨으로써 특수교육 교원 양성 과정에서의 적체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특정 지역에서는 정규 교원이 아닌 기간제 교원을 활용함으로써 특수교육의 질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현장 특수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현장의 수요에 적합한 정규 교원 정원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어야 하고, 이와 더불어 우수한 특수교육 교원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교원 양성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로 및 직업교육이 강화됨에 따라 졸업 후 특수교육대상자의 의무고용율을 현실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2008년 7월 1일 국무회의 보고 자료인 ‘07년 공공부문 장애인고용의무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1.6%)와 공공기관(1.96%)의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2%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2008년 7월 17일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발표하여 2009년부터 현행 2% 고용의무율이 3%수준으로 높이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대부분의 민간기관들의 경우 장애인을 의무고용하기보다는 벌금형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가져올지는 자못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장애인들이 시민으로서 당연히 갖는 권리 중의 하나인 노동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근로지원인 제도나 보조기구 지원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장애인들이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의 유관 기관이나 산학 기관과의 협력 체제를 통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섯째, 특수교육진흥법이 주로 학령기에 주안을 둔 반면, 이번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 및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기관이나 유관 기관 간의 초학제간 접근을 유기적인 협력관계구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장애인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체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예산확보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주요 법 조항과 이에 따른 변화 및 향후 추진과제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에서 양적·질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나,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 간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예기치 않는 장벽에도 부딪힐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독이 되나, 발전을 위한 비판은 새로움을 창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모쪼록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법 제정 취지가 현장에 적절히 적용될 수 있도록 개인이나 기관 또는 특정 단체의 입장이 아닌 상호 상보적인 입장에서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논의함으로써, 개정된 법이 한국 특수교육을 한걸음 더 진일보시킬 수 있는 선진국형 법률로 자리매김하리라 확신한다.
